
방일, 방한 제외 — 단순한 외교 일정일까?
2025년 3월, 미국의 주요 정보기관 수장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한국은 일정에서 제외되었다. 외교부는 이를 "일정 조율 실패"라고 해명했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결코 단순한 스케줄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는 한미일 외교 축에서 한국이 전략적 중심에서 서서히 밀려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특히 현재 한국 정계는 극심한 내홍과 혼란에 빠져 있다. 어느 당 대표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채 당의 리더십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고, 또 다른 당은 국무총리 탄핵 정국 이후 정치적 타격을 입은 상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기각하면서 총리는 복귀했지만, 이미 여야 간의 불신과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이처럼 정국이 극도로 혼란스러운 시점에 미국은 한국을 외교 무대에서 잠시 비껴섰다. 이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한국은 지금 외교 파트너로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반영한 행보일 수 있다. 내부 갈등과 정권 리스크가 외교적 신뢰도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방한 제외는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편, 일본은 최근 방위비 대폭 증액, 대중국 견제 강화, 정보 공유 협약 등에서 미국과의 일체감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안정적인 파트너십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일본과 달리, 한국은 내부 정치 갈등으로 일관된 외교 메시지를 내지 못하는 상태다. 미국 입장에서는 이런 혼란한 정세의 한국보다는 일본을 우선시하는 것이 ‘전략적 효율’에 부합했을 것이다.
결국 이 상황은 단순히 ‘하루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정치 불안정이 외교적 신뢰와 위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드러낸다. 지금은 국내 정치와 외교가 따로 노는 시기가 아니라, 그 어느 때보다도 긴밀히 맞물려 움직여야 할 시점이다.
왜 한국은 제외됐을까?
우선, 미국이 현재 집중하는 아시아 전략의 중심축이 일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일 간 역사·정치적 갈등이 여전히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보다 '효율적' 파트너인 일본과의 공조를 택한 셈일 수 있다. 특히 대중(對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일본은 군사·정보 측면에서 더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국가다.
한미동맹에 드리운 그림자
한미동맹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외교·안보의 핵심 축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동맹의 내실에 의문을 던지는 사건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미국 정보수장의 방한 제외도 그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일정상의 이유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미 우리는 지난 몇 년 간 주요 외교 이슈에서 ‘사후 통보’ 형식으로 미국의 결정을 전달받는 경우가 많아졌다. 예컨대 인도-태평양 전략 발표 당시, 한국은 주요 참여국임에도 구체적 역할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쿼드(QUAD) 참여 논의에서도 한국은 끝내 ‘옵저버’ 수준에 머물렀다.
이처럼 공식적인 동맹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외교 프로세스에서는 소외되는 현상은 명백한 '전략적 신호'다. 한미동맹이 과거처럼 ‘신뢰 기반의 일방적 지원’ 구조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미국은 이제 동맹국에게도 능동적 전략 자산과 즉각적인 파트너십을 요구하고 있다.
한일 관계와의 엮임
일본은 이미 미국과 함께 양자 및 다자 군사훈련을 확대하고 있고, 한일 간 군사 정보 공유도 점차 복원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이 ‘들러리’로 전락하거나, 더 나아가 전략적 소외를 겪게 된다면 이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 차원의 리스크가 된다.
이제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이제 중요한 건 ‘자주외교’라는 구호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전략 수단을 마련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선, 외교 정책의 초점을 지나치게 미국 중심으로 고정하지 않고, 다자 간 균형을 통해 우리의 외교 공간을 넓혀야 한다. 유럽, 동남아, 중동, 중남미 국가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도 고려해볼 타이밍이다.
또한 정보, 국방, 경제, 기술 등 모든 외교 분야에서 우리만의 자산을 키워야 한다. '대안 없는 동맹'은 결국 상대의 페이스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다. 지금은 우리가 협상의 주도권을 갖기 위한 역량을 키워야 할 시점이다. 단지 미국이 움직일 때 따라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먼저 움직이고, 그들의 관심을 끌어내는 전략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국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매우 중요하다. 외교 정책은 단순한 실무 차원을 넘어 국가 정체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국민들이 이해하고, 지지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외교의 투명성과 방향성을 더 분명히 해야 한다.
마무리하며
미국의 이번 방한 제외는 단순한 외교적 누락이 아니다. 그것은 한미동맹의 현재 위치를 되짚어보게 만드는 외교적 경고음이다. 무조건적인 동맹 신화는 이제 그 효력을 다해가고 있다. 진정한 동맹은 상호 존중과 전략적 실용성 위에 세워진다.
우리는 지금, 외교의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함께 간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지를 설계할 때다. 동맹의 이름 아래 가려졌던 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외교 전략의 페이지를 우리가 직접 써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진짜 의미의 ‘국익 중심 외교’를 시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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